오랜만에 찾은 뭉크 미술관은 이제 13층 규모의 거대한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그곳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대표작 ‘절규’를 위한 별도 전시 공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단 한 점의 ‘절규’가 아니라, 파스텔, 유화, 판화 버전으로 제작된 3개의 ‘절규’를 각각 다른 벽면에 걸어놓고 30분마다 공개한다는 것이다. 마치 신상품 출시를 기다리는 오픈 런처럼, 관람객들은 새롭게 공개되는 ‘절규’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모여든다.

드디어 미닫이가 열리고 새로운 버전의 ‘절규’가 드러나면 여기저기에서 감탄의 탄성이 터진다. 단 한 점만 전시된 ‘절규’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평소에 익숙하게 보던 얼굴이 새로운 조명 아래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 듯한 느낌이다. 또한,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사실은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절규’이외에도 주변에 전시된 다른 작품들에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절규’만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관람객들에게 뭉크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뭉크 미술관의 새로운 ‘절규’ 전시 방식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작품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미술관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새로운 전시 방식은 작품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빛에 민감한 작품들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람객들이 한 점의 작품에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고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작품 손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뭉크 미술관의 ‘절규’ 전시 방식은 작품의 가치를 높이고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적인 사례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창의적인 방식이다. 또한, 작품 보존에도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무엇을 제공하는가 (what to present) 못지 않게, 어떻게 제시하는가 (how to present)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